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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 : 우연과 상상]

by 아리루 2022. 5. 26.

영화 우연과 상상

이 영화는 우연과 상상을 주제로 한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서로 직접적인 연광성은 없다. 지난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일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은곰상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이번 영화 역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니, 기회가 된다면 꼭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1화 :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

헤어진 연인 메이코와 카즈아키가 등장한다. 메이코는 절친한 친구 츠구미가 마법처럼 만났다고 자랑하는 새로운 남자가 전 남자 친구 카즈아키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2년 만에 그를 찾아간다. 과거 연인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었던 메이코는 감정에 휘둘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없는 상태에서 연인을 잊지 못해 그를 찾아가 그녀가 떠나는 것을 잡으려 한다. 이때, 우리는 후회하는 마음이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아픈 유리조각으로 남아있다. 그때 내가 좀 더 일찍 용기를 냈더라면,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다면, 우리가 지금 다시 만나지 않았다면? 이러한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일생 동안 수많은 선택을 하고, 그 과정에서 동전의 다른 면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즐겁고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을 제외하고 나를 갉아먹는 만약에?라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번 만약에?라는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상상할 수 있는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과거에 얽매이게 된다.

제2화 : 문은 열어둔 채로

이 에피소드에서 인물관계도는 독특하다. 내연남 사사키의 부탁으로 대학생 나오는 교수 세가와를 유혹한다. 그는 세가와 실험실을 방문해 자신의 목소리로 그의 소설에 나오는 성에 대한 묘사를 읽기 시작한다. 이 에피소드의 제목처럼 '문은 열어둔 채로'는 많은 의미가 있다. 세가와 교수는 계속해서 문을 열어놓고 있는데, 이는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장치로 작동한다. 문을 닫는 행위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서는 안 되는 행동을 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므로 문을 열어두는 것이 자신을 부끄럽게 하지 않고 살겠다는 그의 신조로 볼 수 있다. 세가와는 정직함이라는 신조를 지키기 위해 모든 유혹에도 불구하고 평생 정직하게 살아왔다. 그 고귀한 정신은 너무나 존경스럽고 위대했다. 다만 그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그들의 대화는 다소 자극적인 소재가 왔다 갔다 하지만, 나는 결코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성적인 내용의 녹취록이 유출됐다고 해서 그들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들의 상황과 감정을 모른 채, 사람들은 단순히 대화록의 대화를 통해 교수와 학생의 비밀스러운 만남이 있었다고 판단한다. 이 영화는 현실의 내용과 유사하다. 성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만 사회가 숨겨야 할 비밀처럼 다뤄진다. 아마 감독은 이런 사회적 흐름을 비판하고자 한 게 아닌가 싶다.

제3화 : 다시 한번

중년 여성 나츠코는 첫사랑을 보기 위해 여고동창회를 찾아간다. 동창회에서 난장판을 만든 뒤 역으로 귀가하던 중 아야를 만나게 된다. 나츠코와 아야는 전혀 모르는 사이이다. 하지만 서로를 다른 사람으로 오해하고 고등학교 동창으로 오해하지만 어쩌다 보니 집까지 가서 수다를 떤다. 이 과정에서 서로가 오해했다는 걸 깨닫지만, 오히려 타인이기에 할 수 있던 솔직한 이야기를 하며 우정을 이어나간다. 나는 이러한 설정이 매우 그럴듯하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모두 낯선 사람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계가 발전하고 지인이 된다. 나츠코와 아야도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지만 서로를 치유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위로와 공감에 필요한 건 상대방을 향한 마음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우연과 상상'은 관객들에게 보편적으로 다가간다. 비록 영화 속 인물이 처한 상황이지만 언젠가 관객이 경험했거나 상상했을 법한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글로벌하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는 셈이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다소 민감한 주제를 영화에 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 이야기는 꼭 들려줘야 하는 이야기인 거처럼 숨기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감독의 따뜻하고 섬세한 시각이 대사와 스토리에 녹아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우연과 상상에 의해 화려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우연과 상상에 의해 형성되고 확장되는 관계의 힘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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