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양'은 작동을 멈춘 안드로이드 로봇의 기억을 통해 인간의 삶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공상과학 영화이다. 영화는 안드로이드의 기억을 쫓으며,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큰 주제를 다루게 된다. 로봇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주제를 다루기 위해 자주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는 어떤 관점에서 다뤄지는지 한번 알아보고자 한다.
가족을 대신하는 로봇의 역할
제이크와 키라는 그들의 중국인 딸 미카를 입양하고 미카의 교육을 위해 안드로이드 양을 구입한다. 미카의 출신인 중국인으로 설정된 양은 미카의 오빠 역할을 하면서 훌륭한 멤버가 된다. 어느 날, 양은 가족 댄스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제이크네 가족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대회에서 탈락하게 된다. 게임은 끝났지만 양은 계속 춤을 춘다. 양은 고장 나게 된 것이다. 양은 고장 나기 이전까지 그저 편안한 존재였으며, 어린 미카에게는 오빠와도 같은 존재였다. 미카가 오빠를 잃은 것처럼 슬퍼하자, 제이크는 양을 고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양에 저장된 기억을 보면서, 양은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과 교류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새 제품이 아닌 리퍼 제품이었던 것이다.
양을 구입한 대리점은 사라졌다. 제조사 AS센터는 수리 규정 외의 문제라며 신제품 구매나 재활용을 권고하고 있다. 양의 특성상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기능이 정지되고 인체처럼 분해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미카의 감정은 점점 불안정해지기 시작한다. 제이크와 키라는 머리를 감싸며 고민하지만, 그들은 양을 대체할 다른 것을 사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 가족들은 쉽게 대안을 결정하지 못하고, 미카는 그녀의 오빠가 빨리 낫도록 해달라고 한다. 아빠 제이크는 양을 수리할 방법을 찾느라 바쁘다. 그 후에 많은 일들이 일어나면 가족들이 몰랐던 양의 비밀이 밝혀지게 된다.
로봇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움
SF영화의 웅장한 배경에서 벗어나 '애프터 양'은 삶의 행복과 함께 더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다. 양이 지켜본 것은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빛이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이다. 함께 사진을 찍으며 가족의 울타리를 느낄 때 소중한 순간들이 떠오른다. 양이 보는 것은 사람의 초상화이다. 생명의 유한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약한 존재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그 안에서 갈등하며 자신의 불완전성을 과시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양의 죽음 이후 남겨진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영화 초반부를 제외하면 양은 대화는커녕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영화감독은 이걸로 끝내는 게 아닌,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남긴다. 가족들은 단순히 양을 연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위험한 경계를 넘나들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양이 멈추기 전 가족들과 행복했던 순간들을 기억하지만, 자신들에게 드러내지 않았던 양의 내면을 알게 되면서 영화 속 가족의 고민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이 된다.
인간과 로봇의 삶의 경계선
인공지능이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 일상을 빠르게 침범하고 개입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프터 양'에서 그려지는 돌봄 분야 로봇이 낯설지 않다. 영화에는 두 가지 중요한 장면이 있다. 첫 번째 장면은 가족사진 촬영 후 댄스 경연대회 이전 제이크의 모습이다. 그는 차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제이크는 미래시대의 배경과 어울리지 않는 오래된 골동품 가게 같은 지하창고에서 고객과 상담을 한다. 하지만 고객이 찾는 물품은 그의 가게에서 구할 수 없다. 고객은 그것도 없이 차를 파냐면서 짜증을 낸다. 제이크와 살아생전 '양'과 했던 이야기를 떠올리는 장면이다. 제이크는 가족 사업으로 차 가게를 운영한다. 제이크가 정성껏 준비한 차를 마시면서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눈다. 양은 차에 대해서 완벽하게 알고는 있지만, 차를 마시는 기분에 대해서는 표현할 수없다면서 씁쓸한 웃음을 내비친다. 양에게 차에 대한 역사와 문화 지식이 이식되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알고 있지만 그게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특히 영화의 캐릭터는 다민족이다. 제이크는 백인이고, 그의 부인은 흑인이고, 딸 미카는 아시아인이다. 양은 또한 중국옷을 입고 아시아 인을 대표하는 안드로이드로 나온다. 인간 대 안드로이드라는 공상과학 주제가 이제는 너무 당연하게 느껴진다. 이 영화에서는 문화적 갈등과 인종적 갈등을 안드로이드를 통해 제기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개해간다. '애프터 양'은 기존 공상과학 영화와는 색조와 질감이 다른 영화다. 이번 영화는 따뜻한 느낌의 정적이 영화다. 가족 중 한 명을 잃고 슬퍼하는 가족영화 같은 공상과학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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