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애니메이션: 코코]
세상에는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사랑이 대표적이지만, 표현이 가능하다고 해서 존재 자체를 입증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사랑처럼 일상생활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도 존재하지만 육안으로는 식별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우리 몸을 구성하는 호르몬과 비타민 등 다양한 영양소조차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 속 주인공 미구엘은 사후 세계를 접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정말 비타민처럼 사후세계도 존재하는구나'
죽음 뒤에 사후세계는 존재하는가
영화 '코코'는 음악가를 꿈꾸는 소년 미구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말없이 사라져 가족을 힘들게 한 코코의 아버지가 음악가였기 때문에 미구엘의 집은 음악이 금지되었다. 하지만, 미구엘의 꿈은 더 커져서 망자의 날에 무대에 오를 계획이었다. 기타가 필요했던 미구엘은 기념관에 전시된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의 기타를 만지면서 '죽은 자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작품의 배경은 멕시코 특유의 휴일인 '망자의 날'이다. 멕시코에서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3일간 '망자의 날'이 열린다. 특히 마지막 날은 국경일로 구분될 정도로 매우 중요한 날이다. 죽음의 가치를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멕시코인들은 세상을 떠난 이들이 1년에 한 번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세상에 나온다고 믿는다. 죽은 조상이라는 뜻의 해골 인형이나 오렌지색 멕시코 국화 꽃잎으로 집을 장식하는 것이 전통이다. 심지어 영화 '코코'에서도 죽은 사람들의 세계에 있는 유령들은 모두 두개골 모양이고 오렌지색 국화 꽃잎으로 가득 차 있다. 우연히 죽음의 세계로 들어간 꼬마 미구엘을 중심으로 영화는 전개되는데, 얼핏 보면 죽음이 삶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음속에 늘 함께하는 가족의 존재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매년 망자의 날에 죽은 자들이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조건이다. 살아있는 가족에게는 반드시 자신의 사진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그래서 그의 가족이 세운 재단 위에 그의 사진이 있어야 한다. 이 작품에서는 죽음조차 갈라놓을 수 없는 가족의 사랑을 볼 수 있다. 이승과 저승을 있는 연결고리는 바로 기억이다. 영화 '코코'에서는 가족은 늘 함께 하는 것으로 나온다. 할머니와 함께 사는 미구엘만 봐도 멕시코는 가족 중심의 대가족 사회이다. 그는 가족을 중심으로 가업을 이어가며 운명공동체로 살아간다. 망자의 날은 죽은 가족을 기리는 날로, '코코'에서 나오는 것처럼 제단에 사진을 올리지 않을 만큼 가족들에게 잊혀 간다면, 저승에서도 사라지는 셈이다. 바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간다면, 이승에서의 존재는 물론 저승에서의 존재마저 사라진다.
음악으로 전하는 감동적인 메시지
코코는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음악을 통해 편안하게 풀었습니다. 죽은 자의 세계, 사후세계는 어둡고 무서운 곳이 아닌, 오히려 너무 알록달록해서 마치 놀이공원에 온 거 같이 표현했습니다. 사후세계에서조차 꿈을 이루기 위해 오디션을 보기도 하고, 가수들이 공연을 하기도 합니다. 픽사의 첫 뮤지컬 작품으로 불리는 코코는 뮤지션이 꿈인 미구엘이 음악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음악의 울림과 기억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다. 울음이 터질 수밖에 없는 미구엘이 할머니에게 부르는 '리멤버 미'의 노래를 통해 알 수 있다. 차근차근 이야기를 쌓아가면서 기억을 일깨워주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스며들게 만든다. 개봉 당시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제상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렇든 '코코'는 어른과 아이 모두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넘치는 작품입니다. 단순한 환상이라고 볼 수 없는 철학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아이들에게는 동화일 수 있지만, 어른들에게는 작품이 그려는 내세를 보면서 생각해 볼 점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