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을 장식하다 [쥬라기월드 : 도미니언]
전 세계 공룡 마니아들을 열광시킨 영화 쥐라기 시리즈가 막을 내린다.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오리지널 캐스트와 오마주가 선보여지며 엄청난 공룡들이 등장하며 영화가 진행된다. 쥐라기 월드 시리즈는 쥐라기 공원 시리즈의 대척점이다. '쥐라기 공원 3'이 공룡 세계에 들어온 인간들을 다룬 반면, '쥐라기 월드'의 세 번째 작품인 '도미니언'은 인간 세상에 온 공룡을 보여준다.
인간과 공룡이 공존하는 세상
영화 제목에 등장하는 '도미니언'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영토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영화에서 공룡이 인간의 영토로 들어온 상황을 표면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 현상은 인간 이전의 최상위 포식자가 돌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로는 지배를 의미한다. 지배의 의미는 이 현상과 연결되어 있다. 인간은 공룡과 생태계의 지배권을 놓고 다투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공존은 갈등을 피하기 위해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공룡이 세상에 나온다는 설정을 통해 영화의 주제가 강조된다.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서 원년 멤버 전원이 등장한다. 앨런 역의 샘 닐, 엘리 역의 로라 던, 이안 역의 제프 골드블룸은 쥐라기 공원과 쥐라기 월드의 세계관이 형성한 데칼코마니의 질감을 강화한다. 단순한 캐릭터 부활의 의미를 넘어 통합을 이루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공룡의 유전자를 조작하다
'공룡을 보호하든지 아님 공룡을 다시 멸종시키든지'가 '쥐라기 월드: 폴른 킹덤'의 메인 테마였다면, '쥐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생명공학기업 '바이오 신'을 중심으로 공룡의 유전자 조작 문제를 보다 중요한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는 소재 변화를 시도한다. 앞선 에피소드에서 메이지가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설정을 덧붙여 공룡 복원의 윤리적 문제를 심화시켰다. 여기에 백악기 유전자를 조작한 메뚜기 떼도 등장해 인류 멸종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공룡의 경이로움에 관심이 쏠릴 때 이 기술이 악용될 가능성을 조명한다. 이를 통해 공존은 기술을 통한 개발과 통제가 아니라 자연현상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영화 속 주인공인 오웬과 클레어는 그들의 계략에 따라 바이오 신의 비밀 단지가 있는 돌로미티 산으로 향한다. 그들은 바이오 신이 숨겨왔던 거대한 계획을 파헤치기 위해 향한다. 쥐라기 공원의 유명한 대사 "생명은 반드시 길을 찾는다"처럼, 공룡들은 이번에도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오웬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한 벨로시랩터 블루는 그의 유전자를 복사하는 클론 베타와 짝을 이룬다. 겨우 아기인 베타는 밀렵꾼들의 표적이 되고, 오웬은 위험에 처한 블루와 베타를 돕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베타만 없어진 게 아니다. 밀렵꾼들은 메이지도 납치하게 된다. 고생물학자 앨리와 앨런은 메뚜기 떼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인류의 미래에 대해 걱정한다. 이들은 바이오 신의 기술이 발달해 팔뚝만 한 메뚜기 떼를 퍼뜨려 먹이사슬을 지배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메뚜기 붐은 복제인간으로 태어난 메이지의 정체성과 함께 시리즈 주인공들이 바이오 신에 모이는 기회다. 거대한 메뚜기 떼에 겁에 질린 어린아이들의 표정과 공룡까지 구워서 판매하는 암시장의 음습한 분위기는 이 시리즈가 원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서 시작됐음을 일깨워준다.
아쉬움이 남는 마지막 시리즈
시리즈 마지막 편으로 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전작의 경우 거대한 왕국 쥐라기 월드가 붕괴 직전까지 가는 순간을 통해 긴장감이 고조됐다. 내부에 있는 공룡들이 지구 밖으로 나가는 순간 발생하는 위험에 대한 인식은 지엽적인 자극을 전달한다. 이 작품은 왕국이 멸망한 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새로운 3부작의 시작을 한쪽에 담아내려고 하니, 관객들을 근본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목표가 분명치 않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영화는 이야기의 정교함보다는 화려한 볼거리와 액션으로 쥐라기 시리즈의 피날레에 가깝다. 압도적인 스케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구 상에서 가장 큰 블록버스터"로서, 영화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공룡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공룡들은 눈 속을 달리고, 하늘을 날고, 바다를 헤엄친다. 세계 최대 육식동물로 알려진 기가노토 사우루스가 싸우는 장면은 사실적이었다. 몰타 시내의 오토바이, 공룡 추격 장면 등 속도를 늦출 때만 등장하는 다급한 장면들은 주인공의 대사 '움직이지 마'처럼 관객들을 꽁꽁 얼어붙게 한다. 탐욕에 눈이 먼 인간이 자연과 공존할 수 있을까? 모든 생명체가 혼자 살 수는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쥐라기 시리즈는 장대한 피날레로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