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 브로커]

아리루 2022. 6. 9. 17:05

영화 브로커

영화 '브로커'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구성된다. 서로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다양한 가족 형태를 보여주는 영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 배우들의 얼굴과 입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 가족의 역할을 전달한다.

베이비박스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되다

베이비박스와 엮이게 된 이들의 예상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비가 내리는 음침한 밤, 소영이 어린아이를 베이비박스 앞 바닥에 눕힌다. 그리고 빗속으로 사라진다. 아무도 모르게 아이를 버리려 했지만, 사실 형사 수진이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수진과 이형사는 아기 판매 현장을 잡기 위해 서두르지 않고, 더 정확한 움직임이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 수진은 바닥에 눕혀있는 아이를 베이비박스 안에 넣는다. 그리고 이 아이는 상현과 동수의 팔에 안기게 된다. 아이의 이름은 우성이다. 소영은 아이를 다시 찾으러 올 것이라는 쪽지를 남겼지만, 엄마들이 아이들을 찾으러 다시 오는 일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에 상현과 동수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 엄마 소영은 아기를 되찾기 위해 다시 돌아왔다. 상현과 동수는 보육원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자라기 위해 아이를 빼돌렸다고 하지만 소영의 눈에는 브로커일뿐이다. 상현은 소영에게 돈을 나눠주겠다고 약속하고 함께 아이의 부모를 찾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네 사람의 이상한 로드 무비가 시작된다. 그러던 중에 고아원 소년까지 합류하면서 다섯 사람은 가족처럼 따뜻한 추억을 쌓게 된다. 영화 '브로커'는 청중들에게 이상한 질문을 던진다. 관객들은 엄마가 왜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었는지 판단할 수는 없다. 그게 옳은 일이었는지, 잘못된 일이었는지 선뜻 판단할 수가 없다. 상현과 동수의 행위도 입양 중개로 얽혀 있고, 이를 따르는 형사들도 함정수사와 범죄 유도라는 딜레마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처럼 영화는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생명윤리의 근본문제를 다루고 있다.

영화 속 세 개의 베이비 박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선과 악의 기준이 모호하다. 아이를 버린 소영과 누구보다 따뜻하게 아이를 돌보며 가족을 찾으려는 상현,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자신처럼 외롭게 자라길 바라는 동수의 모습이 이중 잣대로 비친다. 이 영화 속 핵심소재는 베이비 박스이다. 감독은 영화 속 박스가 세 개라고 말했다. 첫째는 베이비박스, 둘째는 상현의 차, 셋째는 공동체로 구성된 사회이다. 우성이가 제일 먼저 접한 곳은 베이비 박스이다. 베이비박스는 아기들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다. 상현의 차는 또 다른 박스를 의미한다. 그들의 여정은 겉으로는 인신매매이지만, 그 안에서 그들은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쌓는다. 여기에 상현 일행을 추적하는 수진 형사의 차도 중요한 박스의 역할을 한다. 아스팔트 위에 있는 우성을 베이비박스 안에 넣은 인물이 수진이다. 소영은 상자를 따뜻하게 만들고 싶을 뿐만 아니라 결점이 있는 상현 그룹의 도우미 역할을 한다. '브로커'라는 호칭은 표면상으로는 인신매매범들을 지칭한다. 그 이면에는 사람과 사람, 세계를 잇는 개척자 또는 구세주의 의미가 짙게 깔려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위태롭지 않은 박스로 소영, 우성, 동수, 소년을 이끄는 브로커는 상현이다. 이 작품은 서로가 서로를 구한다. 모든 캐릭터를 구원자로 설정하고 생명의 가치에 주목하게 만든다.

 

대관람차 장면에서 소영은 동수에 의해, 동수는 소영에 의해 구원받는다. 고아였던 동수는 소영을 통해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아이를 버린 소영은 동수를 통해 미래의 우성에게 용서를 구한다. 소영이 불을 끈 채 방안의 모든 사람들에게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는 장면은 거룩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에는 세 가지 어두운 장면이 나오는 데, 그때마다 모든 인물들이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는다.

영화가 말하고 싶어하는 교훈

상처가 있는 이들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위로해주는 과정은 관객들로 하여금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고, 그들이 묻는 질문에 답하게 한다. 삶의 가치가 똑같이 주어지는 것인지, 가족의 역할은 무엇인지, 사회가 가족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인지 등 다양한 궁금증이 영화를 둘러싸고 있다. 이 영화는 사회 문제를 민감하게 꺼낸 뒤 어려운 캐릭터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이때 영화가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서로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순간도 놓치지 않는다. 영화는 무한히 어두운 길을 택하지도 않고 밝게 보이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영화가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이라는 사실은 이런 감성적인 묘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더구나 기차 안에서 소영과 상현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햇빛과 그늘을 모두 담아내려는 감독 특유의 연출법도 엿볼 수 있다. 영화 속 감독의 시선은 특이하다. 사람 간 갈등을 볼 때 편파적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인간의 삶은 언제나 빛과 어둠이 뒤섞인 곳에 머물러 있다는 얘기다.